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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와 파리의 여름, 그리고 돌아온 겨울. 본문

우뇌/마음의 소리

필름카메라와 파리의 여름, 그리고 돌아온 겨울.

맹진저 2023. 1. 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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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씩 꼭 나의 이야기를 올리자고 다짐해 놓고 죈종일 코딩만 한다. (재미있는 걸 어떡해..) 코딩하다가 갑자기 깨닳음을 얻고 신이 나서 한번 끄적여보기로 한다. 나의 삶도 돌아봐야지 그럼 그럼..

 

작렬하는 태양이 숨을 거두고 드디어 나의 계절이 왔다.

코로나 시절의 크리스마스
지난 가을 지베르니 개장 마지막 날, 꽃의 정원에서.

겨울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다. 추운 나라를 많이 여행해 본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인간은 날씨가 추우면 마음이라도 따뜻해지려고 노력한다. 친절해진달까. (캐나다, 북유럽, 프랑스의 릴...) 유럽의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다. 영하 밑으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고, 항상 영상의 기온을 유지한다. 그래서 한국의 혹독한 추위 속의 냉혈함보다, 뭐랄까.. 길거리의 따뜻한 조명을 즐길 수 있고 코트를 입어도 되는, 뜨끈한 뱅쇼와 함께 파리를 거닐 수 있는. 한국보다는 로맨틱한 날씨가 계속된다.

이번 겨울은 유독 행복한지라, 요즘 내 삶이 가끔씩 괜찮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먹고 자고 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부족함 없이 행복함을 느낀다면, 그래도 열심히 삶을 산다는 것 아닐까. 요즘 이런 내 삶이 가끔씩 괜찮다고 느껴지는데, 요즘 이 포인트에서 큰 위로를 받다. (여태까지 연극하면서 못 누려봤던 충족감..) 많은 분들이 프랑스에 살아서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은 별 다른 생각이 없다. 나는 어느 나라에 살던 그럴 것이다. 나의 템포와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삶은 나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나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종종 (나에게) 의아한 인물들을 만난다. 나에게 의아한 인물들이란 내가 잘 읽을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대부분 부정적인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모름지기 인생은 절대 혼자 사는 게 아니라지만, 가끔 내 예상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외롭게 느껴진다. 그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길래 저렇게 행동할까. (물론 이런 이질감은 무례한 사람들에게서 더욱 크게 증폭된다.) 모두 나 같을 순 없지만, 이들의 세계를 마주치며 나의 마음은 더욱 확장된다. 

아침에 이름 모를 아무개에게 미소를 건네어 받으면, 그 미소는 나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하지만 아침부터 불쾌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 상처를 보듬기 위해 소중한 나의 하루를 꽁꽁 감싸며 나아간다. 이렇게 나는 영향을 받는 캐릭터인지라,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가벼운 호의와 웃음이 그대의 세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나의 유일한 취미인 아날로르 필름카메라. 삶을 위로한다. 

파리 노란조끼 시위. 이날 시위에 참여하고 4시간을 걸었다.
엄청난 인파의 몽마르트
유학 초반, 거의 매일같이 새벽 4시가 되도록 계단에서 음주를 즐겼더랬지..
센느강에서 맥주를 마시며.
마르세유의 한 해변
내 사랑들과 몬테크리스토 섬 옆, 작은 섬에서

나의 일터, 여름의 에트르타

가을의 에트르타

찰나의 순간을 필름카메라로 최대한 많이 담으려 노력했다. 뜨거웠던 여름. 정말 열심히도 일했다. 스쳐지나가는 순간을 필름 속에 담고, 한 해가 지날 무렵 현상해 꺼내어 보는 것. 나에겐 연말 행사처럼 굳어졌다. 요즘엔 통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는데, 곧 몽땅 현상스캔 해야겠다. 셀프스캔은.. 좀 더 연습하면서 열심히 늘려가야겠다.

 

무언가를 배울 때 10000시간만 투자하면 기본은 한다고 아빠가 그랬다.

지난 11월 제주도에서. 사랑하는 내 핏줄들.

아무런 기본 없이 운 좋게 학교에 붙었고, 난생처음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면서, 나는 이 새로운 필드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 보다. 그런 나의 자만과 오만이 나의 세계를 흔들어 놓았고, 나는 다시 초심을 찾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이 먼저 빠르게 전진하는 것은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나처럼 대충 목표만을 위해서 슥슥 지나가거나, 아니면 이미 10000시간을 뛰어넘어 착실하게 나아가거나. 

 

프로그래밍은 배울수록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기본적인 언어의 흐름을 파악하면 내가 원하는대로 작문하고 이야기 할 있다. 나는 지금 기본적인 언어의 흐름을 파악하는 단계인 같다. 불어는 라틴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언어이다. 그래서 프랑스 친구들을 보면 여러 유럽나라의 언어를 하는 친구들을 있다. 나도 이젠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를 들으면 어느정도 유추해 수 있다. 불어도4년 차부터 익숙해 졌는데, C 언어라고 단숨에 익숙해질  없겠지. 언어처럼 차근차근 몸과 마음에 스며들길 바라며 정진하는 수 밖에 없겠지? 서두르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꾀부리지 말고 노력하자. 일본의 80 할머니도 스스로 화투 어플을 만들었는데 나라고 못하나? 우리 엄마도 60살 다되서 대학가 장학금을 받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제발 제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말자. 그리고 더욱더 무서운 것. 게으르지 말자. 호기심을 잃지 말자. 즐거움을 잃지 말자. 새로운 경험속에서 확장되는 나를 느끼고 자신감을 얻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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